1861년 프랑스 파리. 굵고 나직한 신사의 목소리. 깊게 눌러쓴 펠트 모자 아래 불타는 눈동자. 유령 같은 모습의 한 남자가 파리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의 이름은 에릭이고,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다. 어릴적 그는 징그러운 외모 때문에 부모한테 짐승 취급을 당했다. 그는 학대를 참다못해 집을 뛰쳐나와 서커스단에 들어갔다. 그는 서커스단을 따라 유럽을 떠돌며 마술과 지혜를 터득했다. 복화술의 일인자가 되었으며 뛰어난 곡예사가 되었다. 사람들은 그의 괴상망측한 외모를 구경하러 모여들었다.
그러다 그는 페르시아의 마젠데란 궁전의 어린 왕비의 장난감으로 간택되었다. 에릭은 차츰 권력의 맛을 알게 되었으며 왕비를 기쁘게 해 주기 위해 살인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에릭의 재능은 놀라웠다. 페르시아의 왕 샤는 그의 놀라운 발명과 뛰어난 건축 재주가 다른 왕들에게 넘어갈까 봐 에릭을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다.
명령을 받은 페르시아인은 에릭을 불쌍히 여겨 도망치게 만든 다음 다른 시체를 샤 왕에게 가져갔다. 그 뒤 페르시아인은 프랑스 파리에 숨어 살았다.
에릭은 콘스탄티노플에 사는 술탄 밑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술탄 역시 에릭의 비범한 재주를 두려워하여 죽이려 들었다. 에릭은 프랑스로 건너와 오페라 극장을 짓는 공사에 참여하였다. 에릭은 자신의 뛰어난 재주를 이용해 오페라 극장 지하에 환상적인 자신만의 세계를 건축하였다. 흉직한 외모 때문에 에릭은 자신의 능력을 숨긴 채 지하 세계에 숨어 살게 되었다.
무명의 어린 오페라 가수 크리스틴은 스웨덴 웁살라 근처의 작은 마을의 가난한 농부의 딸로 태어났다. 그녀는 아버지의 예술적 재능을 물려 받아 노래솜씨가 뛰어났다. 16살 때, 그녀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유량연주를 하며 떠돌아다녔다. 그러다 발레리우스 교수 눈에 들어 파리에 있는 교수의 저택에서 살게 되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몇 년뒤 무명의 크리스틴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대기실 벽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매일 밤 크리스틴을 찾아와 은밀하게 음악을 가르쳐주었다. 크리스틴은 죽은 아버지가 보낸 천사라고 굳게 믿는다.
어느 날, 프리마돈나 카를로타가 파우스트의 마르가레테 역은 맡았지만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크리스틴이 대신 무대에 선다. 크리스틴의 목소리는 천상의 소리였다. 관객의 환호는 극에 달했고 무명가수 크리스틴은 최고의 스타가 되었다. 그 무렵 오페라 극장 무대감독 조셉 뷔케가 무대 밑 지하에서 목을 매 죽은 채 발견되었다. 살인사건 같은데 살인동기도 증거도 없다.
스타가 된 크리스틴에게 어릴 적 친구 라울이 찾아온다. 라울은 프랑스 해군 장교로 수줍음 많은 순진한 청년이며 프랑스 최고 권위자 필립 샤니 백작의 어린 동생이다. 다시 만난 크리스틴과 라울은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사랑에 빠진 크리스틴은 목소리에게 라울과의 관계를 상담하지만 목소리는 질투에 눈이 멀어 광기에 휩싸여 크리스틴을 납치한다. 그때까지 크리스틴은 목소리가 아버지가 보낸 천사라고 믿고 지하 세계로 끌려갔다.
지하 5층까지 내려가자 호숫가가 나왔다. 그들은 배를 타고 낯선 방으로 갔다. 목사리의 남자는 자신은 천사도 유령도 아닌 사람이라며 자신의 이름은 에릭이라고 밝히고 그동안 거짓말 한 것을 사과한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크리스틴은 에릭의 비위를 맞췄다. 기분이 좋아진 에릭은 자신의 방을 보여주었다. 오르간과 휘갈겨 쓴 악보가 보였다. 크리스틴은 순간 에릭의 가면을 벗겼다. 에릭은 화를 냈지만 크리스틴은 에릭을 위로하며 다시 돌아오겠다며 지상으로 보내달라고 부탁한다.
지상으로 올라 온 크리스틴은 라울에게 자신을 구해달라고 부탁하며 마지막 공연을 한다. 갑자기 불이 꺼지더니 크리스틴이 사라졌다. 라울은 그녀를 찾아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를 찾아 헤맸다. 실종 신고를 받고 경찰들이 출동했다.
라울은 페르시아인의 도움을 받아 지하세계로 내려가지만 고문실에 갇히고 만다. 죽음에 처한 라울을 구하기 위해 크리스틴은 간절한 마음으로 에릭에게 애원한다. 크리스틴은 에릭을 미워하지 않았다. 그녀는 에릭의 비참한 삶에 진심으로 가슴 아파하며 이마에 입맞춤을 한다.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사랑이었고 위로였다. 에릭은 감동받으며 크리스틴과 라울, 페르시아인을 풀어준다.
에릭은 크리스틴과 라울의 사랑을 인정하고 떠나보낸다. 에릭은 페르시아인에게 자신이 죽었을 때 크리스틴이 찾아올 수 있도록 기사 한 줄 남겨주라고 부탁한다. 신문 광고를 본 크리스틴은 약속을 지킨다.
시간이 흘러 지하에서 반지를 끼고 있는 해골이 발견되면 소설은 끝난다. 스릴 넘치는 추리소설이면서 비참한 한 남자의 사랑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