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의 저주
평대의 어느 국밥집 늙은 노파는 천하에 보기 드문 박색이었다. 노파는 젊은 시절 어느 대갓집 부엌살이었다. 대갓집에는 외아들이 한 명 있었는데 지능이 많이 부족했다. 노파는 외아들 수발을 들었다. 외아들이 성에 눈이 뜨고 노파와 잠자리를 즐겼다. 이 사실을 대갓집 마님은 노파를 두들겨 팬 후 쫓아버렸다. 노파는 복수의 칼을 갈며 사람들이 모두 잠든 밤 외아들을 꼬드겨 강가로 데려간다. 아들에게 물놀이한다며 깊은 곳으로 유인해 익사시킨다. 그리고 마을을 떠난다.
노파는 어린 딸을 낳았다. 대갓집 아들을 닮은 딸이 싫었다. 목욕을 거부하는 어린 딸을 부지깽이로 혼내려다 그만 실수로 눈을 찌르고 만다. 딸은 애꾸눈이 되었다.
딸이 13살이 되던 해 마을에는 철도가 들어왔다. 노파는 벌을 치는 노인에게 꿀두통을 받고 딸을 팔아 넘겼다.
노파는 평대에서 온갖 더럽고 궂은일을 하며 돈을 모았고 국밥집을 차렸다. 노파는 돈을 훔치러 온 건달들한테 두들겨 맞아 허리와 엉덩이를 다쳤지만 돈도 뺏기지 않았을뿐더러 약한 번 지어먹지 않았다. 지독한 성격의 노파는 빙판길에서 넘어져 고관절이 박살 나면서 앓아누웠다.
20년 만에 버린 딸이 찾아왔다. 백발의 긴 머리, 백옥처럼 하얀 피부, 애꾸눈을 한 딸은 돈을 뺏으러 왔다. 집 어디에도 돈은 보이지 않았다. 딸은 노파가 깔고 누운 들보를 들추다가 노파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져 노파는 죽는다.
비범한 여자 금복
춘희의 엄마 금복은 생선장수 차를 얻어 타고 산골짜기 촌구석을 탈출한다. 금복의 엄마는 아이를 낳다 죽었다. 금복의 아빠는 딸이 집을 떠났다는 느낌이 들자 호수에 빠져 죽었다.
남쪽 바닷가에 도착한 금복은 생선장수한테 얹혀살았다. 금복은 일자리를 찾으러 바닷가를 헤매다가 고래가 튀어 오르는 광경을 본다. 놀랍고 감동적이었다.
금복은 생선장수의 생선을 말려서 혼자 힘으로 터를 빌려 장사를 시작했다. 사람들은 금복의 야무진 솜씨에 감탄하며 건어물을 샀다. 장사는 날로 번창했고 금복은 생선장수를 부자로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금복은 일꾼 중 거구 걱정을 본다. 금복은 홀리듯 걱정을 따라간다. 둘은 사랑에 빠졌고 정식 부부가 된다. 금복이 떠나고 생선장수는 색주에 빠져 전재산을 탕진한다.

시장을 걷던 금복은 얼굴이 하얗고 갸름한 극장 사장을 알게 된다. 그는 금복에게 서부영화를 보여준다.
태풍이 불던 날 걱정은 아열대지방에서 옮겨온 원목을 나르다 사고가 난다. 원목을 묶던 동아줄이 풀려 쏟아졌다. 걱정은 몸으로 통나무를 용케 막았지만 버팀목이 무너지고 쏟아지는 통나무더미는 어찌할 수 없었다. 뼈가 부러졌지만 목숨만은 건졌다.
금복의 지극정성 간호에 걱정은 회복되었지만 몸이 성치 못했다. 금복은 온갖 허드렛일을 하며 걱정을 돌봤다. 금복은 지치고 힘들 때면 극장을 찾았다.
극장 사장은 모든 더러운 일에 휘말려있는 건달이었다. 그는 금복과 걱정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하며 자기 집으로 데려온다. 금복의 삶은 편해졌다. 그녀는 커피를 즐기며 사치를 즐겼다.
걱정은 먹고 자고 싸는 동물이 되었다. 걱정은 정신이 말짱하던 날 금복이 다른 남자와 한 침대에 있는 모습을 보고 바닷가로 나가 뛰어내린다. 극장 사장은 인기척에 바닷가로 따라 나간다. 뒤늦게 두 남자가 없다는 사실을 안 금복은 사장이 걱정을 죽인 줄 알고 작살을 사장 배에 꽂아버린다.
불쌍한 춘희의 탄생
금복은 남해마을을 떠나 거지들과 함께 유랑하며 막살았다. 남편이 누군지도 모르 채 임신을 했다. 금복은 쌍둥이 자매가 운영하는 술집 마구간에서 딸 춘희를 낳았다.
금복은 술집에서 일하며 금복을 키웠다. 쌍둥이 자매는 금복을 아꼈지만 금복은 춘희에게 관심이 없었다. 술집에 드나드는 소금장수한테서 평대에서 국밥집 운영할 사람을 구한다고 사실을 듣는다. 금복은 춘희를 데리고 평대로 떠난다.

일확천금과 저주
금복이 운영하는 국밥집은 국밥이 아닌 금복이 마시는 커피에 관심이 많았다. 국밥집은 다방으로 바뀌었고 장사는 번창하였다.
장마가 시작되고 동네 건달들은 금복의 돈을 뺏으려고 국밥집에 온다. 돈을 다 빼기고 겁탈당하던 순간 거구 춘희가 건달 머리를 내리쳐 금복을 구한다. 건달들은 도망간다. 금복은 허탈한 마음에 천장을 보고 누워있는데 천장이 갈라지며 돈이 쏟아져 내렸다.
예전 국밥집 노파가 숨겨두었던 돈들이었다. 금복은 그 돈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쌍둥이 자매와 코끼리를 불러 다방을 차리고 노인이 사둔 땅에는 벽돌공장을 지었다.
금복은 손님 문 씨와 부부가 되었고 문 씨는 벽돌을 굽는데 몰두했다. 금복은 생선장수를 불러와 운수업을 시작했다. 사업은 날로 번창했다. 금복은 극장을 지었다.
극장으로 한 정치가가 찾아오더니 공산주의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뒤 금복은 멸공주의자가 되어 위원장이라는 감투를 얻고 남자처럼 양복을 입고 다니며 애첩까지 만들었다. 부를 가지니 명예와 권력도 갖고 싶었다. 금복은 문 씨와 춘희를 잊었다.

문 씨가 죽고 금복은 혼자가 되었다. 세상은 시멘트가 유행하고 아무도 벽돌을 찾지 않았다. 인부들은 배신을 당한 듯 금복의 극장 앞에서 시위를 했다. 금복은 자신이 알고 있는 정치인들을 동원해 인부들을 빨갱이로 몰아 잡아들었다.
극장의 책임자를 맡고 있던 약장수도 함께 잡아들었다. 약장수는 배신감에 극장 돈을 횡령하고 금복의 애첩과 함께 도망갔다.
혼자가 된 금복은 술에 취해 살았다. 극장 어디선가 휘발유 냄새가 났다. 극장에서 잠을 자던 영사기사가 기름통을 바닥에 쏟은 것이다. 술에 취한 금복은 담뱃불을 붙이려다 라이터를 떨어트린다. 극장은 불바다로 변한다. 춘희만 살아남고 방화범으로 몰린다.
춘희는 교도소에서 인간이 아닌 짐승취급을 받았다. 만십 년이 지나고 27살에야 감옥에서 나왔다.
갈 곳이 없는 그녀는 어릴 적 자랐던 평대로 돌아왔다. 춘희는 벽돌을 다시 굽기 시작했다. 벽돌을 구우면 누군가 돌아올 거라고 믿었다. 예전 벽돌공장에서 일하던 남자가 찾아왔지만 춘희가 임신을 하자 미련 없이 떠나버렸다. 태어난 아기는 감기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다시 혼자가 된 춘희는 상실과 슬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벽돌을 굽는데 열중했다. 춘희는 아무도 모른 채 가마 옆에서 죽었다.
시간이 지나고 춘희의 벽돌은 어느 건축가에 의해 발견된다. 벽돌과 함께 춘희의 이야기는 세상으로 나온다. 파란만장한 춘희의 인생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