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무진기행 줄거리 뜻 안개

by 책보는좀비 2025. 10. 19.

무진이라는 공간은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 작가가 허구로 만든 장소이다. 무진은 주인공의 갈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장소이며 일상에서 벗어나 환상적 공간으로 도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표현한 곳이다. 안개 낀 나루터에서 안개는 허무를 말한다. 손에 잡힐 것 같지만 잡히지 않는 안개는 주인공의 뚜렷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현실과 꿈, 삶과 죽음, 진실과 거짓 등이 뒤섞여 있는 혼돈의 상태를 말한다.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 방황하며 미래에 대해 알 수 없었던 혼란스럽고 우울했던 나의 젊은 날을 말한다. 안개는 나의 내면의 세계와 현실을 단절시키는 역할 한다. 

일상으로 돌아 온 도시인의 무진기행 줄거리 

나(윤희중)는 33살에 제약회사 전무자리를 코앞에 두고 있다. 젊은 나이에 초고속 승진이다. 나는 4년 전 제약회사 회장의 딸(과부)과 결혼(재혼)했었다. 아내는 주주총회가 정리될 때까지 고향인 무진에 내려가 2박 3일 머리 좀 식히고 오라고 했다. 그곳은 딱히 좋은 추억은 없지만 일탈을 꿈꿀 때마다 내려가는 고향이었다.

 

나는 6월의 바람을 맞으며 버스를 타고 고향으로 내려간다. 상쾌하게 불어오는 바람은 수면제 같았다. 나는 제약회사의 전무가 될 거지만 허무함으로 가득 차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 상태였다. 무진은 서울에서 실패할 때 혹은 새 출발할 때 가는 곳이었다. 그곳은 가난했던 어린 시절이었고 폐병으로 고생했던 곳이고 어머니의 무덤이 있는 곳이다. 나는 무진에서의 어둡고 우울한 과거를 떠올린다.

 

나는 아픈 기억으로 얼룩진 고향 무진에서 제법 출세한 사람이다. 그곳에서 후백 박과 중학 동창이며 무진의 세무서장으로 일하는 조 그리고 음악교사 하인숙을 만난다. 나를 존경하는 후배 박과 속물인 조는 하인숙을 마음에 두고 있다. 후배 박은 진실된 마음으로 인숙을 좋아하지만 조는 가난한 인숙과는 결혼 할 생각은 없고 그저 연애만 즐길 생각이다.

 

인숙은 좁은 무진이 답답하고 싫었다. 무진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었다. 나는 인숙의 모습에서 한때 무진을 벗어나고 싶어했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인숙은 나를 따라 무진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한다. 자신을 서울로 데려가주라며 나를 유혹한다.

 

나는 과거 폐병으로 요양했던 바닷가 집에서 인숙과 하룻밤을 보낸다. 나는 인숙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책임질 계획이 없다. 그녀를 선택하면 지금의 나의 명예, 부를 버려야 한다. 나 역시 어쩔 수 없는 속물이었다.

 

다음 날 회사일이 정리되었다며 돌아오라는 아내의 전보를 받는다. 나는 아내 전보를 받고 현실의 삶과 무진의 기억 사이에서 갈등한다. 잊었던 현실로 돌아가야 했다. 이 여행 역시 내가 원해서 온 것이 아니었다. 아내가 권했던 것이다. 나는 아내의 손바닥 안에 있는 인생이었다.

 

나는 하인숙에게 편지를 쓴다. 너는 또 다른 나이다. 하지만 편지를 찢어버린다. 일탈일 뿐이었다.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 나는 현실과 타협한 내 모습을 부끄러워한다. 사랑보다 출세가 먼저였다. 나는 서울로 가야하지만 무진을 버릴 수 없고 아내에게 가야 하지만 인숙을 버릴 수 없었다. 나는 결국 무진에서 겪었던 억울함, 허무함, 무기력을 인정하고 추억을 받아들이겠다고 생각을 바꾼다. 나는 부끄러움을 느끼며 무진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