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이 작품은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가진 남매의 모습을 통해 전쟁 전후의 상황과 비 오는 날을 결합하여 사회적 분위기를 비참하게 전달한다.
전쟁의 비극을 서술자(원구)가 남매(주인공)를 통해 관찰하는 구조로 객관적 묘사는 없고, 인간의 내면 심리 중심으로 냉소적으로 서술하였다. 남매는 전쟁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무기력과 허무함을 대변하며 전쟁의 폐허와 패배적이고(절망과 우울) 부정적인 인물상을 보여준다.
전쟁의 비참함을 원구가 관찰하는 비 오는 날 줄거리
비가 오는 날이면 원구는 동욱 남매가 생각난다.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진다. 쓰러져 가는 목조 건물 안 어두운 방에 살던 동욱 남매는 전쟁의 비참함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동욱의 거처를 방문하기 전 원구는 동욱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동욱은 기독교 가정에서 성장했으며 목사가 꿈이었다.
그러나 전쟁의 폐허로 삶은 절망적으로 변했고 종교도 멀어졌다. 동욱은 영문과를 전공한 덕에 미군부대를 돌아다니며 초상화의 주문을 맡아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가난 때문에 절망적이고 무기력했다. 동욱은 1.4 후퇴 때 동옥을 데리고 왔는데 후회한다고 말한다. 동생은 똑똑하고 예쁘지만 전쟁으로 인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며 신세를 한탄한다.
동욱은 동옥을 안쓰러워하면서도 부담을 갖는다. 동옥은 어릴적 소아마비를 앓아 한쪽 다리가 불구이다. 동옥은 동욱에게 의지하지만 신뢰하지 않는다. 남매는 대화와 소통의 부재로 교감이 없는 사이었다.
원구는 동욱의 무너지게 생긴 집을 찾아간다. 창백한 얼굴의 동옥을 만난다. 원구는 자신을 동욱과 소학교에서 대학까지 동창이라며 소개하지만 동옥의 표정은 차갑다. 비 오는 날 집은 세고 원구는 가득 찬 양동이 물을 비워주려고 했으나 그만 손잡이가 떨어져 나가 방바닥은 물바다가 된다. 원구는 동옥이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아 한쪽 다리가 불구가 되었음을 알게 된다.
동옥은 장애가 들키자 수치심과 분노가 치밀어 올라 원구를 노려본다. 원구는 자신의 실수로 미안함과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난감함을 느낀다.
동욱은 원구가 동옥이와 결혼하기를 바라지만 원구는 정확한 의사를 밝히지 않는다. 동옥 역시 원구에게 호감을 느낀지만 표현하지 않는다. 원구는 동옥에 대한 연민의 정을 느끼지만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장마가 지속되던 어느날 원구는 동욱이 초상화 일을 그만두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동옥이 자기 몰래 늙은 주인에게 빌려준 2만 환의 빚을 떼였다는 것이다. 원구는 장마 때문에 장사가 되지 않자 동욱을 찾아간다. 그런데 남매가 보이지 않는다.
새주인은 동욱은 군에 끌려갔는지 며칠째 소식이 없고 동옥 혼자 며칠 밤을 울다가 새 주인이 야단치자 원구에게 편지를 남기고 떠났다는 것이다. 그런데 새 주인은 그 편지의 행방을 알 수 없다며 부주의로 없어졌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새 주인은 동옥이 얼굴이 반반하니 몸을 팔거나 하면서 굶어 죽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원구는 동옥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새 주인한테 분노를 느끼지만 자책감을 느끼며 무기력하게 돌아선다.
전쟁은 그런 것이었다. 사람을 절망속으로 밀어 넣었다. 원구의 관심과 연민으로도 남매를 도울 수 없었다. 전쟁은 사람을 무기력하고 허무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비가 오는 날이면 원구는 동욱 남매가 떠오르며 마음이 우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