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 표류기는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는 김 씨 남자와 김 씨 여자가 등장한다. 세상과 단절되어 고립된 두 사람은 서로에게 호감을 갖으며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 한다. 남녀주인공의 이름 따윈 필요하지 않다. 그냥 김 씨이다. 이는 현실 사회의 익명성을 보여준다. 요즘은 sns로 소통하는 사회가 되었다. 김 씨 여자처럼 사이버 공간에서 부캐를 만들어 과시한다.
이 영화는 주인공들을 통해 누구에게나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지만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모른다. 이는 삶을 어떻게 해쳐 나가야 하는지 몰라 두려워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감독은 도시에서 제대로 된 소통을 모른채 세상과 단절되어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자신의 생활 태도를 돌아보고 올바른 소통방법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만든 것 같다. 타인과 소통을 하고 의견을 교환하고 배려와 관용을 배우고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길 바라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든 것 같다. 평범한 영화 같지만 인상 깊었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김씨 남자는 경제적으로 실패하여 한강에서 자살을 시도한다. 무슨 이런 우연이 있나! 남자는 밤섬에 표류하게 된 것이다. 남자는 서울 여의도 밤섬이라는 무인도에 갇혀 혼자만의 자유로운 생활에 만족하며 지낸다. 완전히 세상과 단절되었지만 또 소통하길 바란다. 누군가가 봐주길 바라며 강변 모래에 HELLO라고 글씨를 쓴다.
여자는 스스로 세상과 단절하여 자신만의 공간 방안에 갇힌다. 가족과의 대화도 거부하며 방 안에서 나오지 않는다. 오직 카메라로 집 밖을 보며 고립된 생활을 한다. 그런 여자가 남자의 글씨를 본 것이다. 여자는 남자에게 동질감을 느낀다. 와인병에 메모를 적어 밤섬으로 보낸다. 남자가 그토록 먹고 싶어 하던 짜장면을 배달시켜 준다.
하지만 남자는 먹지 않는다. 짜장면은 남자의 목표이자 희망이었다. 밤섬을 살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남자는 옥수수 농사를 지어 짜장면을 만든다. 여자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응원한다. 남자는 와인병 속 메모와 짜짱면을 보며 보낸 사람을 궁금해한다. 둘 다 겉으로는 세상과 단절한 것 같지만 소통하고 싶어 했다. 방법을 몰랐던 것이다.
여자는 방에 침대가 있는데 붙박이 장에서 잠을 잤다. 점점 붙박이장에 좁게 느껴졌다.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진 것이다. 여자는 방밖으로 나온다. 전과 다른 평온한 느낌이다.
남자는 환경 관리원에 의해 밤섬 밖으로 끌려 나온다. 김씨 남자는 다시 한번 죽을 계획을 세우며 고층 빌딩으로 향한다. 여자는 남자를 찾기 위해 길거리로 뛰쳐나온다. 민방위 사이렌이 울리고 남자가 탄 버스가 멈춘다. 두 사람은 서로 마주하며 끝난다.
남녀를 통해 소통하는 방법을 모르는 현대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결국 우리는 소통이 필요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