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투의 의미
주목받지 못할 외모, 한 번도 관심과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인생, 동료들의 비웃음과 멸시, 성실하고 선량하지만 인정받지 못한 하급 관리 아카키는 기존 외투가 심하게 낡아 새 외투가 필요했다. 없는 돈까지 끌어모아 새 외투를 장만한다. 새 외투만 상상하면 아카키는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결혼한 것처럼 행복과 자신감이 충만했다. 표정은 전과 달리 당당했고, 우유부단함과 소심함은 사라졌다.
새 외투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삶이었다. 새 외투 덕분에 아카키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았다.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파티를 즐기며 사람들과 식사를 나눴다. 자신이 생겨 귀부인을 쫓아가기도 했다. 자신의 새로운 삶이자 전부였던 외투를 빼앗겼다. 그러나 순찰경관, 경찰서장, 장관, 동료들마저 도와주지 않았다. 귀찮다는 듯 넘겨버렸다. 아카키가 죽은 사실조차 몰랐다.
작가는 외투를 통해 소소한 행복을 꿈꾸는 어느 성실한 인간의 비극과 타인의 삶을 방관하는 사회를 풍자하였다. 성실한 삶을 살지만 늘 가난하고 남의 놀림감이 되고 마는 초라한 인간에 대한 사회의 올바른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며 러시아 사회의 부조리한 면을 풍자하고 있다.
부조리한 사회 현실에서 외면 당하는 인물의 비극을 다룬 줄거리
태어날 때부터 하급관리처럼 생긴 아카키 아카키예비치. 그가 근무하는 관청에서는 몇 번의 국장과 부서의 과장이 바뀌었지만 그 누구도 그를 알지 못했다. 그는 관청에서 정서(처음 작성했던 글을 정식으로 베껴 쓰는 일)였다. 사람들이 그를 무시하고 놀려도 오직 일에만 열중하였다. 그의 성실함을 인정한 국장은 다른 일을 맡기려 했지만 그는 쩔쩔매며 결국 정서로 돌아왔다. 정서로만 따지고 보자면 그는 5급 관리가 되고도 충분히 남았다.
상트페테르부르트의 추위는 가난한 관리에게 큰 시련이었다. 그의 얇은 외투는 옷감이 다 닳아서 더 이상 추위를 막아주지 못했다. 재봉사 페크로비치조차 수선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새로운 외투를 장만하는데 150 루블이 필요했다. 그는 충격을 받는다. 그만한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며칠을 고민 후, 아카키는 재봉사와 흥정하여 80 루블에 외투를 장만하기로 했다.
그리고 매일 저녁을 굶으며 차도 마시지 않고, 촛불도 켜지 않으며 절약했다. 그는 새외투만 생각하면 배고픔도 궁핍도 견딜 수 있었다. 외투는 그를 당당하고 행복하게 만들었다. 외투는 삶의 목적이자 살아가는 원동력이었다.
관청 안에는 어느새 새 외투에 대한 소문이 퍼졌다. 부하 직원들에게 친절을 베풀기 좋아하는 그의 상사는 그를 위해 축하파티를 열어주었다. 아카키는 새 외투와 함께 묘한 만족감에 빠졌다. 평생 처음으로 사람들의 애정 어린 관심을 받았다. 생전 처음 보는 화려한 파티를 구경했다.
시간이 흘러 피곤함을 느낀 그는 외투를 걸치고 집으로 향했다. 그는 기분좋게 뛰다 보니 아무도 없는 털진 광장에 이르렀다. 불안감이 밀려왔다. 수염을 기른 사내들이 다가왔다. 그들은 주먹을 들이대며 외투를 빼앗아갔다. 아카키는 그들에게 짓밟힌 채 정신을 잃었다. 아카키는 정신을 차린 후 방범 초소로 달려가 순찰 경관들에게 외투를 찾아달라고 애원했지만 소용없었다.
다음날, 그는 관청으로 출근하지 않고 곧바로 경찰 서장을 만나러 갔다. 하지만 외투에 대한 어떤 것도 듣지 못하고 나와야 했다. 아카키가 외투를 빼앗겼다는 소문이 관청 안에 퍼졌다. 동료들은 힘 있는 장관을 찾아가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장관은 친구와 담소를 나눌 뿐 아카키를 도와주지 않았다. 그는 평생 누군가에게 이런 비난과 질책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는 외투를 찾아 골목을 돌아다녔다. 결국 후두염에 걸려 병세가 심각해졌다.
평생 동료들의 비웃음과 무시를 참고 정서일에만 몰두하던 아카키는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였다. 누구에게도 보호나 관심을 받지 못했던 선량한 아카키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아카키가 세상을 떠난 후 상트페테부르트에는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칼린킨 다리와 그 인근에서 밤마다 유령이 나타나 외투를 빼앗는다는 것이다.
유령을 보고 경험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마을은 공포에 떨었다. 장관은 아카키를 생각하며 마음이 불편했다. 외투를 찾고자 도우려 했을 때는 이미 늦은 때였다. 장관은 충격과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카키 유령을 만난다. 그에게 외투를 빼앗긴 장관은 창백해졌다. 외투도 없이 간신히 집으로 돌아온 장관은 밤새도록 공포에 떨었다. 그 후, 유령을 본 사람들의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았다. 아마도 장관의 외투가 그에게 꼭 맞았던 것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