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편제는 판소리 유파로 섬진강을 중심으로 서쪽과 동쪽으로 나누어지는 판소리 유형이라 생각하면 된다. 서편제의 명창은 순창 출신의 박유전, 동편제의 명창은 구례 출신의 송만갑을 중심으로 송 씨 집안사람들이 일원이라고 한다. 서편제는 세련되고 애절하면서 여성적 느낌이 강하고, 동편제는 웅장하면서 그윽하면서 남성적 느낌이 강하다.
서편제의 배경은 1950년대에서 1970년대 전라남도 보성으로 섬진강 서쪽에 위치한 지역의 판소리 유파를 의미한다. 이 지역에 살았던 한 가족의 예술적 삶과 한을 담고 있다. 서편제는 이청준의 남도사람 연작 중 한편이다. 이작품은 어느 소리꾼 부녀의 기구한 삶을 한이라는 한국적 정서로 표현하였다.
이 소설은 주막집 여인이 사내에게 소리꾼 부녀의 사연을 들려줌으로써 사내가 바로 의붓아버지와 의붓누이를 피해 도망친 인물임을 짐작하게 만드는 재미가 있다. 소리꾼 아비는 소리에 한이 묻어 나오게 하게 위해 딸의 눈을 멀게 만들고, 그런 아비를 용서하고 자신의 한을 승화시킨 의붓누이를 통해 진정한 예술은 화해와 사랑이 바탕이며, 고통까지 진정한 예술로 승화할 있음을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예술적 삶과 한을 다룬 서편제 줄거리
보성 주막에 소리를 잘하는 여자가 있었다. 어느날, 한 사내가 찾아와 주막 여인에게 소리를 잘하게 된 내력에 대해 묻자 여인은 소리를 하다 죽은 한 소리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느 해 가을, 한 소리꾼 부녀가 전남 보성에서 소리를 하다 살았는데, 아비가 죽자 딸이 홀로 남아 소리를 하며 떠났다는 것이다. 주막 여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사내는 자신의 과거를 회상한다.
한 소리꾼이 사내가 어릴 적에 사내의 어머니를 겁탈하였는데, 어머니는 딸을 하나 낳고 죽어 버린다. 나중에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사내는 소리꾼 의붓아비를 죽이려 하다가 실패하고 소리꾼 부녀로부터 도망친다.
주막 여인은 자신에게 소리를 가르쳐 준 여인이 장님된 사연을 알려 준다. 여인의 아비가 여자가 잠든 사이 눈에 청강수(염산)를 찍어 넣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한이 예술로 승화되었으니 장님으로 만든 행동은 어쩔 수 없는 행동이었다고 말한다. 어이없던 사내는 한이란 오랜 시간 살아오면서 쌓아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내는 충격을 받고 여동생을 찾고 싶다는 말하며 끝난다.
서편제와 한의 구조
서편제는 전통 예술인 판소리를 바탕으로 우리 민족의 정서인 한을 다양한 측면에서 심도있게 다룬 작품이다. 격변하는 사회 속에서 전통 예술을 보존하고 싶었던 아버지의 한과 아버지 때문에 장님이 된 딸이 한, 어머니를 잃고 소리에 애증을 품은 사내의 한들이 만나 민족 정서를 슬프고 간절하게 표현하였다.
소리꾼 노인이 딸의 눈을 멀게 하여 끝내 득음의 경지에 이르게 한다는 내용은 우리의 전통 문화를 고수하기 위해 그만큼 피눈물 나는 노력을 보이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작가는 삶의 가치를 물질적인 풍요가 아닌 예술과 자신의 이상에서 찾고자 했다. 그래서 이 작품은 한을 초월하고 집념을 승화시킨 고귀한 예술인의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사내가 말한 동생을 찾고 싶다는 의미는 전통 예술에 대한 향수와 소리를 찾아 헤매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소리는 공기와 같아서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돌며 덧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허무함과 한을 달래주는 성격을 띠고 있다. 사내의 여로는 용서와 사랑을 찾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