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118cm 키에 23kg. 나무타기를 잘하는 평범한 어린이이다. 호수 아래 마을에 산다. 우리동네에는 좀머씨가 산다. 좀머씨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지만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하루종일 걷기만 하기 때문이다. 누구도 좀머씨가 걷는 이유를 모른다.
좀머씨는 전쟁직후 우리 동네에 이사왔다. 좀머씨는 페인트칠장이 아저씨 지하실에 세들어 살며 그의 아내가 인형을 만들어 생계를 이어간다.
내가 7살 때, 거센 우박과 비가 오는 날. 여지없이 걷는 좀머씨를 만났다. 아버지는 걱정스런 마음에 "그러다 죽겠어요."라고 외쳤지만 좀머씨는 절망적인 몸짓으로 "나를 제발 그냥 나두시오." 하고 앞으로 걷기만 했다. 두려움에 가득 찬 눈빛으로 말이다. 좀머씨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리도 괴로워 하는걸까? 전쟁에서 얼마나 끔찍한 일을 겪었길래 안절부절 할까?
어머니는 좀머씨가 밀폐공포증환자라고 했다. 가만히 있으면 근육이 떨린다고 한다. 그래서 가만히 있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동안 아저씨의 애처로운 얼굴이 잊혀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저씨는 살고자 발버둥쳤다.
나는 카롤리나라는 여자친구를 짝사랑한다. 그애는 호수 윗마을에 산다. 윗마을과 아랫마을은 빈부차이가 있다. 즉, 가까이 다가갈수 없는 존재였다. 나는 사랑의 쓰디쓴 상처를 경험한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나 자전거를 탈수있을만큼 컸다. 피아노를 배우게 되었다. 미스 풍켈 선생님은 백발의 꼬부랑 할머니에 매우 신경질적이었다.
여기서부터 어린 나와 좀머씨를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선생님한테 혼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참담했다. 세상이 불공정하고 비열하게 느껴졌다. 모두가 원망스러웠다. 나는 불명예를 안은 채 세상과 작별하기로 다짐했다.
호수 숲을 지나 가장 큰 나무 위로 올라갔다.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이 삶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나무에서 떨어지려는 순간 좀머 아저씨가 나무 밑을 지나갔다. 좀머아저씨는 헐떡이고 있었다. 아저씨의 한숨소리는 애절한 고통의 신음소리였다. 고통속에서도 살고자 안간힘을 쏟았다. 힘겹게 삶을 버티고 있었다. 좀머씨는 일생을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려 애썼다. 순간 내 자신이 어리석게 느껴졌다.
5 년이 지났다.
이제 사람들은 좀머씨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인형을 만들던 아저씨의 아내가 죽었다. 아무도 아저씨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나는 고등학교 5학년에 올라갔다. 키가 어느덧 170cm에 가까워졌다. 부모가 없어도 영화를 볼 수 없는 학생증이 곧 나온다.
이제 나무에 기어오르는 일도 없다. 자전거도 제법 잘 탄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뭔가를 해야하는 지시와 강요를 받았다. 압박감과 조바심에 늘 시간이 부족했다.
친구 미켈집에서 티비를 본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 호수가에 서있는 좀머씨를 보았다. 아저씨는 호수로 걸어들어갔다. 나는 굳어버렸다.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2주가 지나고 좀머아저씨가 보이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았다. 아무도 몰랐다. 2주 후 실종신고를 했다. 몇주후 신문에 실종신고가 실렸다.
나는 여전히 좀머씨에 대해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나무위에서 들었던 신음소리와 빗속에서 들렸던 애절한 목소리와 슬픈 눈빛이 비밀을 지키게 만들었다.
좀머씨의 비극적 이야기를 어린이의 눈에서 서술해서 그런지 덜 비참했다. 전쟁 후유증으로 고통 속에서 살았던 좀머씨는 살고자 발버둥쳤다. 나는 별것도 아닌 것같고 죽음을 생각했는데 아저씨를 본 순간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삶이란 소중한 것이다. 고통 속에 몸부림치며 살고자 미친듯이 울부짖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 좀머씨를 생각하며 열심히 살아야한다. 인생을 살다보면 힘든 일도 있고, 슬픈 일도 있고, 실망과 절망이 범벅일때도 있다. 그래도 살아가야 한다.
좀머씨를 돕지 못해 미안하고, 끝까지 안식을 찾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한 좀머씨가 안쓰럽고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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