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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소설

최초의 국문 소설 허균의 홍길동전 줄거리 시대적배경

by 책보는좀비 2023. 9. 8.

잘못된 사회를 비판하는 의적 홍길동 줄거리

조선 세종 때 홍재상이 있었다. 그는 젊은 나이에 과거에 급제하여 이조판서까지 오른 인물이었다. 홍재상은 열여덟 살 된 계집종 춘섬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해 첩으로 삼았다. 춘섬에게서 얻은 아들에게 길동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하지만 첩에게서 태어난 자식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없었다. 대감님이라 불러야 했고, 부인 유씨에게 태어난 인형은 도련님이라 불러야 했다. 이를 두고 호부호형이라 말한다. 가족 안에서도 신분차이가 있었던 현실에 불만이 많았던 길동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무술로 승화한다. 병법을 공부한 것이다.

어느 날, 관상을 보는 점쟁이가 길동의 관상을 보더니 왕의 기상이 보인다며 역적으로 몰릴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일러둔다. 홍판서는 길동을 산으로 보낸다. 홍판서에게는 초란이라는 첩이 한 명 더 있었는데, 그녀는 길동을 시기 질투하였다. 유씨부인(정실부인)과 홍인형(형)을 꼬드겨 길동을 없애고자 작당모의를 하였다. 길동에게 자객을 보내지만 초등력을 통달한 길동은 자객과 관상녀를 처리하고 집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떠나기 전, 홍판서에게 작별인사를 올린다. 마음이 아픈 홍판서는 길동에게 호부호형을 허락하였지만 아들은 떠나고 만다. 

집을 떠난 길동은 정처없이 떠돌다가 도둑들의 소굴로 가게 된다. 뛰어난 지혜와 막강한 무술실력으로 도둑들의 두목이 된다. 잘못된 세상의 판을 뒤엎고자 결심한다. 그들은 해인사로 들어가 공부하러 온 재상의 아들인 것처럼 속여 곳간에 있는 모든 재물을 도둑질한다. 절에 재산이 쌓여 있다는 것은 그만큼 부패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백성들에게 나누어 준다. 도둑무리들은 활빈당(재산을 나누어 산다)이라고 이름을 짓는다. 

 

활빈당은 각 고을을 돌아다니며 부정부패한 수령들의 재산을 빼앗아 백성들에게 돌려주었다. 이번에는 함경감사의 관아를 털 계획을 세운다. 남문에 불을 지른 다음, 창고를 열고, 돈과 곡식, 무기를 훔쳐 북문으로 달아났다. 관아를 떠나면서 홍길동이라는 이름까지 남기는 센스! 그리고 길동은 분신술을 써 자신과 똑같은 여덟 길동을 만들어 전국으로 흩어진다.

임금은 포도대장 이흡에게 길동을 잡아오라고 명령한다. 이흡이 주막에서 쉬고 있는데 한 소년이 다가와 홍길동을 잡고 싶다고 말한다. 이흡은 소년의 말솜씨에 넘어가 길동의 소굴을 찾아 함께 길을 나선다. 아싸! 걸려들었어. 이는 이흡을 잡기 위한 함정이었던 것이다. 그 소년이 바로 홍길동이었다. 너무나도 쉽게 당한 이흡은 길동 잡기를 바로 포기해 버린다. 

 

그 후로도 길동은 전국을 누비며 재물을 빼앗는가 하면, 암행어사 행세를 하기도 하였다. 지배층에게 당하기만 하던 백성들 통쾌. 상쾌. 쾌재를 부르며 쾌변을 보겠네! 

 

화가 난 임금은 홍길동의 가족을 알아내어 홍인형을 잡아들인다. 홍인형을 경상 감사로 임명하여 홍길동을 잡으라고 명령한다. 이소식을 들은 길동은 자진하여 관아로 찾아온다. 하지만 여덟 길동이 한 곳에 모여 서로 자기가 진짜로 다투는 통에 진짜를 찾을 수가 없었다.

 

여덟 길동은 호부호형을 못하는 서러움과 탐관오리의 재산만 빼앗았다며 나름 정의로운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십 년 후면 조선을 떠날 테니 잡지 말라하며 지푸라기인형으로 변해버렸다. 그 후 서대문에 길동을 병조판서를 내리면 잡히겠다고 방을 붙인다. 임금은 길동의 신통한 능력을 보며 서자(첩의 자식)로 태어난 것에 안타까워하며 벼슬을 내린다.

길동은 한을 풀었다며 사라진다. 

활빈당은 제주도로 들어가 농사를 지으며 무예를 닦았다. 약초를 캐던 길동은 울동이라는 괴물들을 만나게 된다. 길동은 괴물을 처리하고 인질이 되어 잡혀있던 두 명의 여인을 구해준다. 한명은 백용의 딸이었고, 다른 사람은 조철의 딸이었다. 길동은 두 명의 부인을 얻게 된다. 

 

홍판서가 세상을 떠나가 가족은 다시 상봉하게된다. 아버지의 산소를 제주에 마련하고 어머니를 모셔왔다. 제주는 군사력이 강해지고 곳간마다 곡식이 넘쳐났다. 제주섬 남쪽에는 율도국이라는 나라가 있었는데 힘을 키운 길동은 그 섬을 점령하여 왕이 되었다. 시간이 흘러 홍판서의 유씨부인과 춘섬이 세상을 떠나고, 길동은 칠십 세 때 아들에게 왕의 자리를 물려준 후 이 년 뒤에 눈을 감았다. 

 

길동의 아들 역시 백성을 사랑하고 덕으로 다스리니 오랫동안 태평성대를 이루었다고 한다. 

시대 상황에 대한 비판 의식과 한계

조선시대는 신분차별이 심했다. 아버지가 양반일지라도 어머니의 신분이 낮으면 자식은 양반이 될 수 없었다. 양반도 아닌 천민도 아닌 중인들의 불만이 가장 컸다. 뛰어난 능력이 있음에도 사회진출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홍길동은 신분차별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의 대표인물이었다. 홍길동전을 통해 신분의 한계를 극복하고 율도국이라는 이상국가를 꿈꾸는 대리만족을 느꼈을 것이다. 모든 백성이 풍요롭고 행복하게 사는 나라. 모든 사람이 똑같이 존중받는 평등한 사회를 바라는 작가 허균의 생각이 나타나 있다. 

철저한 신분사회, 서얼이라는 차별제도, 무능력한 탐관오리의 부정부패에 비판의식을 담고 있지만 기존 사회를 개혁하려는 것이 아니고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는 모습과 길동 자신이 왕위에 오르고 자식에게 대물림하는 봉건적 사회제도를 답습한다는 한계가 있다. 활빈당을 통해 탐관오리의 재산을 빼앗아 백성에게 나눠주는 통쾌감은 있지만 도둑질이란 나쁜 짓이다. 악은 악을 만드는 악습과 결국 자신이 왕이 되어 똑같은 제도를 만든다는 점에서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