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일제강점기 수탈과 약탈의 고통을 견뎠다. 나라 잃은 수모를 온몸으로 겪었다. 해방 후, 일제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내 나라에서 떳떳하게 살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인민군(빨갱이)을 잡겠다는 서북청년단에 의해 다시 고통이 시작되었다. 여전히 곡식 수탈과 약탈은 심했고 많은 사람들이 이유도 없이 목숨을 잃었다.
제주도는 왜놈이들이 물러가고 인민위원회가 들어섰다. 인민위원회는 인민을 위한 나라를 만들고자 단합하여 제주를 발전시켰다. 그러나 일제가 있던 자리엔 미군이 들어왔다. 인민위원회는 미국을 적으로 간주하여 쫓아내고자 했다. 두 번 다시 나라를 잃고 싶지 않았다. 인민위원회와 미국의 갈등은 심해졌다.
기욱과 진숙은 해방되던날 혼례를 올렸다. 그들에겐 어린 딸 명옥이 태어났다. 기욱은 나라를 잃은 시대에서 살았다. 일제 대신 미국이 들어오자 불안했다. 어린 딸 명옥만은 식민지에서 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순이 아버지 최석기는 일본 밑에서 일하던 친일파였다. 순이 아버지는 경찰 노릇을 하며 마을 사람들을 괴롭혔다. 일본이 물러가고 야반도주했지만 미국이 들어오자 다시 나타났다.
어느날, 기욱과 진섭이 아버지는 집을 들어오지 않았다. 경찰은 인민위원들을 잡는다며 아무나 잡아들었다. 기욱의 동생 순옥이 찾아왔다. 제주읍은 난리가 났다. 경찰은 사람들을 향해 총을 쌌고, 기업들은 파업했다.
육지에서 군인들이 몰려왔다. 김익렬 연대장은 문중위와 마을을 돌아본다. 일제가 물러가고 나라를 지킬 군대는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문중위 역시 일제강점기를 살았다. 일제를 피해 만주로 이주했었다. 해방되고 나라에 도움이 되고자 군인이 되었다.
섬에 들어온 계급장이 없는 군인들은 서북청년단이라 자칭하며 마을사람들을 괴롭혔다. 그들은 빨갱이(인민군)를 몰살한다며 도민들을 향해 괜한 트집 잡았다. 그들은 섬마을 사람들 모두를 빨갱이로 의심했다. 서북청년단은 아이들도 끌고갔다. 이유도 없이 그저 분풀이로 죽였다.
서북청년단은 일제의 개노릇 했던 자들로 살아남기 위해 비겁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그들은 미국이 들어오자 미국의 개가 되었다. 인민위원회는 개들을 처단하려 했다. 강국의 개들은 강국의 힘을 배경으로 인민위원단을 빨갱이라 부르며 죽이려 들었다. 이런 식으로 같은 민족끼리 서로 죽고 죽이는 사이가 되었다. 오해가 겉잡을 수없이 커져갔다.
인민유격대와 군인, 경찰은 전쟁을 치를 준비를 했다. 피해자는 도민들이었다. 도민들은 일제치하의 비참함을 치유하기 전에 인민위원회와 경찰에 의해 또 고통을 받았다. 도민을 지켜야 할 그들이 도민을 괴롭혔다.
인민유격대와 군인은 협상테이블에 앉았다. 마을엔 평화가 찾아온듯 했다. 하지만 경찰서장의 모함으로 협상은 깨졌다. 권력을 맛본 자들은 모두 기회주의자이며 이기주의자였다. 도민을 위한 보호와 책임은 전혀 없었다.
새로운 연대장이 부임하였다. 이제 군인 마저 도민과 인민들의 권리를 보살피지 않았다. 완전한 전쟁이었고 토벌작전은 도살이었다. 연대장은 도민들을 무참히 사살했다. 더이상 군인은 도민을 보호하지 않았다. 그들은 서북청년단과 경찰보다 더 잔인했다.
이를 보다 못한 문중위와 손하사가 연대장을 암살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더 악랄하고 이기적인 연대장이 부임하면 그만이다. 소설은 열린 결말로 끝난다. 모두가 죽는 비참한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