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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소설

영암 박지원의 [호질] 줄거리 시대적 배경

by 책보는좀비 2023. 9. 19.

짐승의 왕인 호랑이는 사납고 위엄 있으며, 울음소리 한번 우렁차다. 그뿐 아니다. 어질고 슬기로우며 효성이 지극하다. 용맹스러움이야 지상 최고 으뜸이었다. 하루는 호랑이가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데 몸에 붙은 귀신들이 먹거리를 읊는다. 

 

동문에 사는 의원과 서문에 사는 무당을 추천한다. 의원은 몸에 약초 향이 배어 먹음직하고, 무당은 매일 목욕하기 때문에 깨끗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호랑이는 자신도 의심스러운 처방을 내려 많은 사람의 목숨을 끊어버린 의원을 먹으면 배탈이 날 것이며, 사람들에게 거짓말만 하고 사기 쳐 많은 목숨을 잃게 만든 무당은 독기가 많아 먹기 싫다고 거절한다. 

 

마지막으로 깊은 숲속의 선비를 추천한다. 순결한 지조와 충성스러운 마음, 예의 있는 행동, 풍부한 지식 겸해 등살이 두툼하고 몸에 기름져 맛있을 거라고 권하지만 호랑이는 분명 딱딱해서 먹다 체하거나 구역질 날 것 같다며 거절한다. 

 

한편, 고을에는 벼슬에 욕심 없는 선비가 진짜 살고 있었다. 그는 북곽 선생으로 존경과 덕망이 뛰어난 선비였다. 그 고을 동쪽에는 동리자라는 아름다운 과부가 있었는데 일찍 남편을 잃고 과부가 되었지만 절개를 지켜 나라에서 상을 받았다. 

 

그런데 동리자의 행실은 소문과 너무 달랐다. 아버지가 다른 아들이 다섯명이나 있었다. 그리고 깊은 밤이 되면 어머니의 방에서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바로 북곽선생이었다. 아들들은 설마 북곽선생이겠냐며 천년 묵은 여우일 거라고 판단하여 몽둥이질을 한다. 북곽선생은 놀라 도망친다. 

 

도망치면서도 혹시 누가 볼까봐 미친 사람처럼 흉내 내며 도망친다. 그러다 발을 헛디뎌 똥 구덩이에 빠지고 만 것이다. 바로 그때! 호랑이랑 눈이 딱 마주친 것이다. 호랑이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코를 막았다. 

 

북곽선생은 온갖 감언이설(내 귀에 달콤한 말)로 살려달라고 빈다. 호랑이는 아첨을 잘하는 것이 선비가 맞다며 늘 예법과 도덕을 입을 올리면서 뒤로는 나쁜 짓을 다 하고 다니니 잡아먹어야겠다고 꾸짖는다. 

 

북곽선생은 코가 땅에 닿도록 절하며 애원한다. 그렇게 한참을 지났는데 아무런 기척이 없길래 고개를 들자 호랑이는 사라지고 동녘 하늘이 밝아오고 있었다. 새벽일 나가던 농부가 그 모습을 보고 뭐하냐고 묻자 선생은 하늘과 땅에 절을 한다며 헛기침을 하고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났다. 

호질은 호랑이의 질책이라는 뜻으로 호랑의 입을 통해 겉과 속이 다른 인간의 모습을 비판하고 있다. 생명을 지켜야 하는 의원은 생명을 함부로 여기고,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야 하는 무당은 사기나 치고 있으니 사람들을 등쳐먹고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모습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동리자와 북곽선생을 통해 위선을 보여주고 있다. 절개상을 받았는데 아버지가 다른 아들이 다섯이나 있고, 존경받는 선생은 밤마다 과부의 집을 드나들고, 호랑이 앞에서는 비굴하더니 농부앞에서는 다시 근엄하게 행동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양반의 실상을 고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