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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소설

최초의 가정 소설 김만중의 [사씨남정기] 줄거리 독후감

by 책보는좀비 2023. 10. 4.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사씨 남정기 줄거리

중국 명나라 때의 일이다. 북경 금릉 순천부에 사는 현명하고 어진 성품의 유현은 아름답고 곧은 성품의 아내 최씨와 열다섯 살에 결혼하여 이부시랑(이조참판정도의 벼슬)이라는 높은 벼슬을 얻었다. 부부는 늦게 아들을 얻었지만 부인 최씨는 출산 후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슬픔에 잠긴 유현은 간신배들이 넘쳐나는 조정을 떠나 아들 연수를 키우는 것에 전념하였다. 

 

아들 연수 역시 뛰어난 글 솜씨로 과거에 급제하여 한림학사라는 벼슬을 받았다. 유현과 유현의 누이 두 씨 부인은 연수가 장가갈 나이가 되었기에 여러 중매쟁이 할멈들에게 신붓감을 부탁한다. 

 

주씨성의 매파(중매쟁이)가 사급사의 딸을 추천한다. 두 씨 부인은 사급사의 딸을 테스트해 볼 겸, 우화암의 묘혜스님이 갖고 있는 관음보살의 그림을 보고 시를 짓도록 요청한다. 사 씨의 시는 역시나 훌륭했다. 

시를 보고 감탄하는 유현과 두씨부인은 결혼을 승낙하고 사 씨 집안도 청혼을 받아들인다. 

유현이 세상을 떠나고 삼년이 지났다. 그런데 연수에게는 아직도 자식이 없었다. 사씨는 집안의 대를 잇기 위해 둘째 부인으로 교채란을 추천한다. 유연수와 두씨부인의 반대를 무릅쓰고 혼인을 서두른다. 

 

교 씨는 총명하고 눈치가 빨라 사람 기분 맞추는 교묘한 재주가 있었다. 교 씨는 부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임신을 하게 된다. 아들이길 간절히 바랐던 교 씨는 신통한 능력을 갖춘 점쟁이 십랑을 만나 아들 낳는 점을 친다. 그리고 진짜로 아들 장주가 태어났다. 

 

사 씨는 하녀 춘랑이와 산책을 하고 있는데 거문고를 타고 있는 교 씨를 보게 된다. 교 씨는 출산 후 가까워진 점쟁이 십랑의 소개로 거문고 선생 가랑을 만나 거문고와 노래를 배우고 있었던 것이다. 교 씨는 정숙한 여인이 할 일이 아니라고 타이르지만 교씨는 유연수에게 사 씨가 자신을 쫓아내려 한다고 거짓 고자질을 한다. 

 

어느 날, 집안일을 맡을 집사를 구하는데 동청이 찾아온다. 동청은 영리하지만 간사한 사람이었다. 교 씨는 사 씨를 쫓아내기 위해 동청과 십랑을 가까이에 두었다.

 

이때 마침 사 씨가 임신을 하게 된다. 사 씨의 아들 인아가 태어나기 전 교 씨의 둘째 아들 봉추가 태어났다. 유연수는 세 아들 중에 인아에게 마음이 기울었다. 이를 눈치챈 교씨는 십랑과 온갖 부적과 해괴한 물건을 만들어 사씨를 쫓아낼 음모를 세운다. 

 

사씨는 친정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집을 잠시 비우고, 유연수도 황제의 명을 받아 먼 곳으로 여행을 가게 된다. 교 씨는 유 씨 집안의 보물인 옥가락지를 훔쳐 젊은 남자 냉진에게 준다. 유연수는 출장 중 산동땅에서 냉진을 만나고, 옥가락지를 보게 된다.

 

교씨는 십랑과 합작하여 아들 장주에게 독약을 먹이고 사씨에게 누명을 씌운다. 결국, 유연수는 사씨를 쫓아내고 교씨를 첫째부인으로 맞아들인다. 쫓겨난 사씨는 친정으로 가지 않고, 시부모의 묘를 돌본다. 교씨는 동청과 함께 사씨를 죽이기로 계획한다. 

 

사씨는 꿈에 시아버지가 나타나 자식의 부족함을 한탄하며 남쪽으로 피신하라고 알려준다. 사씨는 우여곡절 끝에 동정호의 외딴 산기슭에 위치한 수월암이라는 암자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묘혜스님을 만나게 된다. 

 

한편, 교씨는 동청과 바람이 났고, 집안의 부적과 부인의 행동을 이상하게 느꼈던 유연수는 사씨가 누명을 쓴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게 된다. 눈치 빠른 교씨는 유연수를 없애기로 계획한다. 동청은 간신 엄승상에게 자신을 비판하는 유연수의 글을 보내서 행주 땅으로 귀양가게 만든다. 교씨는 아들 인아를 죽이려 했지만 사씨의 하녀설매가 숲으로 숨겨놓는다. 

 

동청은 간신 엄승상의 권력을 등에 업고 계림 태수가 되어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 동청은 유연수를 죽이라 명령했고, 도망치던 그는 백빈주에서 묘혜스님과 사씨부인을 만나게 된다. 

 

임금은 엄승상의 악행을 알고 벼슬자리에서 쫓아내고 동청은 사형당한다. 교씨는 냉진을 따라가고, 그들은 결국 알거지가 되어 떠돌아다니다 기생이 된다. 하지만 지은 죄가 너무 컸던 탓에 모든 사실이 밝혀진 후 사형당하고 만다. 

 

유연수는 이부시랑이라는 벼슬을 얻어 복직한다. 집안이 안정을 되찾자 사씨는 예전에 도망자 신세였을 때 자신을 돌봐준 임씨(임취영)를 찾아가 둘째 부인으로 삼는다. 

 

그리고 임씨의 남동생은 사씨의 하녀를 보며 유모라 외친다. 남동생이 잃어버렸던 아들 인아였던 것이다. 다시 만난 가족은 행복하게 잘 살았다. 임씨는 아들을 셋이나 낳고, 유연수는 좌승상이라는 높은 벼슬에 올랐다. 

나름 해석 

사씨남정기라는 제목은 사씨부인이 남쪽으로 쫓겨나는 이야기를 뜻한다. 

사씨남정기는 양반생활 중 부인과 첩의 갈등을 통해 당시 첩을 여러 명 두는 것을 허용했던 제도가부장제의 모순을 비판하였다. 김만중은 이 소설을 통해 권선징악이라는 주제첩이라는 제도의 불합리성을 지적하는 최초의 가정소설이다. 

 

김만중은 숙종이 인연황후를 쫓아내고 장희빈을 왕비로 삼는 것에 반대하였다가 남해도로 유배를 가게 된다. 임금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이를 풍간적 성격이라고 말한다. 넌지시 돌려서 말해 잘못을 깨우치도록 의도하는 것이다. 사씨는 인현왕후, 유연수는 숙종, 교 씨는 장희빈을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숙종의 첫 왕비 인경 왕후는 김만중의 형 김만기의 딸이었고, 조카딸인 인경왕후가 죽인 뒤 인현 왕후가 왕비가 되었는데, 김만중의 집안은 인현왕후의 편이었다. 인현왕후가 쫓겨난 후 김만중의 증손자인 김춘택이 복원시키라고 주장하였다. 

유교적 가치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

이 소설은 권선징악을 바탕으로 전반부는 유연수 가문의 갈등, 후반주는 정치적 사건의 해결로 나눠 전개되고 있다. 이는 가정소설의 기본이 된다. 하지만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만들어진 작품인 만큼 한계도 있다. 주제를 부각하기 위해 사 씨를 지나치게 이상적인 인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사 씨는 양반가문에서 성장하고, 유교적 윤리 규범을 지나치게 지키고, 대문의 대를 잇기 위해 첩까지 받아들인다. 게다가 누명을 쓰고 집에서 쫓겨난 후에도 변명하지 않고 시부모의 묘지를 돌본다. 아무리 이상적인 형모양처라지만 이런 사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