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내면을 보면 때로는 선과 악이 대립하고 투쟁하며 때로는 조화를 이루어 균형을 유지한다. 이러한 평형관계가 깨질 때 성격분열이 일어나 이중인격자가 되고 마침내 파멸의 길을 걷는다. 서면에 이렇게 적혀있다.
인간의 내면에는 두가지 마음이 존재한다. 선한 마음과 악한 마음은 언제나 대립한다. 사람은 선과 악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며 인간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선택하도록 노력한다. 선한 마음을 선택한다면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 것이고, 악한 마음을 선택한다면 결국 본인 스스로를 파멸의 길로 인도하게 될 것이다. 지킬박사와 하이드 씨는 19세기 후반 영국 사회를 풍자한 작품이다.
당시 영국은 빅토리아 여왕 시대로 산업혁명으로 인해 경제 발전을 이루었다. 사람들은 돈이 넘쳐나며 사치와 향락에 빠진다. 겉으로는 교양있고 품위 있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온갖 탐욕과 욕정으로 가득 차있었다. 이 작품은 당시 사람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그대로 고발하는 소설이다. 인간 내면의 욕망과 윤리를 다룬 소설이다.
런던에 사는 어터슨은 부유하고 존경받는 변호사였다. 큰 키에 마른 몸, 무뚝뚝한 표정이지만 친구의 불행을 보면 자기 일처럼 마음 아파한다. 자신에게는 엄격하지만 이웃에게는 따뜻한 그런 사람이었다. 어터슨의 친구 엔필드와 산책을 즐기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엔필드는 어느 이층집 담벼락에 난 조그마한 뒷문을 가리킨다. 그리고 지난겨울 새벽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어느 몸집이 작은 남자 어른이 아홉 살쯤 보이는 여자아이를 짓밟고 지나갔다는 것이다. 그는 섬뜩한 표정을 지었다. 치료비를 요구하는 엔필드에게 선뜻 거액의 수표를 내놓았다고 한다. 엔필드는 그 섬뜩한 사람이 조그마한 뒷문으로 들어갔다며 그 집을 이상하게 본다.
어터슨은 놀라며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집은 헨리 지킬 박사의 집이었다. 어터슨은 집으로 돌아와 헨리 지킬의 유언장을 본다. 지킬이 사라지면 에드워드 하이드에게 유산을 남기겠다는 의문 투성의 유언장이었다. 어터슨은 친구 레니언을 찾아간다. 레니언은 지킬이 10년 전부터 정신이 이상해진 것 같다며 가까이 지내지 않는다고 말한다.
어터슨은 낡은 이층집 주변에서 하이드를 기다린다. 뒷문은 지킬박사의 저택과 연결된 실험실이었다. 어터슨은 지킬박사가 하이드에게 약점을 잡혀 유언장을 그렇게 작성한 거라고 믿는다.
1년 후,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템스 강을 따라 걷던 노신사는 반대쪽에서 걸어오는 하이드에게 말을 건다. 하이드는 갑자기 지팡이를 들더니 노신사에게 휘둘르며 내리친다. 노신사는 국회의원 댄버스 커루경이었다. 경찰은 죽은 노신사 주머니에 편지 한 통을 발견한다. 편지의 주인은 어터슨이었다.
어터슨과 경찰은 하이드의 집으로 간다. 하이드의 방은 난장판이었다. 그러나 하이드는 며칠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았다. 그날 오후 어터슨은 지킬박사를 찾아갔다. 지킬박사는 창백한 표정으로 하이드의 편지를 보여준다. 어터슨은 편지를 받아 집으로 돌아온다. 어터슨의 조수 게스트는 하이드의 편지를 보며 지킬박사의 글씨체와 똑같다고 말한다.
하이드는 세상에 없는 사람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두달이 지난 후 어터슨은 레니언을 보고 깜짝 놀란다. 그는 무언가에 쫓기 듯 불안했고 며칠 후 유언장을 남기고 죽음을 맞이했다.
3월의 어느날 지킬박사의 집사 풀이 어터슨을 찾아왔다. 지킬박사 실험실에서 무서운 일이 벌어진 것 같다며 같이 집으로 가길 원했다. 실험실에는 지킬박사인 척하는 낯선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박사는 얼굴을 비치지 않고 약품을 구해달라는 쪽지만 던진다. 풀과 어터슨은 문을 부수고 실험실로 들어갔다. 지킬의 흔적은 없고 하이드가 약병을 손에 쥔 채 죽어 있었다.
책상 위에는 어터슨에게 남긴 편지가 있었다. 먼저 레니언의 유언장을 읽은 후 자신의 남은 편지를 읽어 달라는 내용이었다.
레니언은 생전에 지킬박사를 만났었다. 지킬의 요청으로 지킬의 서재에서 가루약과 유리병, 수첩을 낯선 남자에게 주라는 내용이었다. 유리병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났다. 12시가 지나자 몸집이 작고 끔찍한 외모의 남자가 찾아왔다. 그 남자는 유리병에 가루를 섞어 마시더니 지킬박사로 변하는 것이었다.
레니언의 학문적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간이란-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 지킬은 실험 결과를 직접 보여준 것이다. 지킬의 다른 모습이 살인과 폭행, 강간을 즐기던 하이드 씨라는 사실에 레니언은 충격을 받고 공포에 시달리다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어터슨은 지킬박사의 편지를 읽는다. 지킬박사는 어릴적부터 두 가지 마음을 갖고 살았다. 존경받는 사람이 되고 싶은 착한 마음과 남의 시선을 무시하고 자유롭게 살고 싶은 마음. 지킬은 악한 마음을 누르며 착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
그는 존경받는 사람이 되었지만 악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지킬은 이 두 마음을 둘로 나누고 싶었다. 거듭된 연구 끝에 둘로 나누는 약을 개발하였다. 약을 마신 후 지킬의 몸은 작아졌지만 더 젊고 가볍고 악해졌다. 지킬은 밤마다 하이드가 되어 미친 듯이 날뛰었다. 그리고 지킬로 돌아오는 해독제를 먹고 잠들었다.
어느 날부터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은 여전히 하이드였다. 평소보다 두세배나 많은 해독제를 마셨지만 여전히 하이드였다. 지킬은 후회한다. 하이드 씨가 되어 감옥에서 보내며 손가락질당하고 싶지 않았다. 실험을 후회한다. 지킬은 하나의 마음을 선택해서 살아야 한다면 하이드를 버리고 지킬 박사로 살고 싶었다.
그러나 두달정도 지킬로 살다 보니 하이드가 되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렸다. 지킬은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약을 마셨다. 그날 커루경이 죽었다. 하이드는 의심받을 만한 서류를 불태워 버리고 콧노래를 부르며 서재로 돌아와 약을 마셨다. 지킬은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며 교회를 다니고 봉사활동을 하며 사람들과 어울렸지만 하이드로 변하고 싶은 충동은 사라지지 않았다.
어느 날 지킬은 공원에서 구토가 나더니 갑자기 하이드로 변해버렸다. 지킬은 모습을 감추고 호텔로 들어가 두통의 편지를 썼다. 하나는 레니언에게 또 하나는 풀에게 썼다. 다시 지킬로 돌아오자 레니언을 찾아가 실험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날부터 지킬의 몸은 제멋대로 변하기 시작했다. 결국 지킬은 하이드의 모습으로 죽음을 선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