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표현을 할 수 없는 아이 윤선재의 이야기
선재는 머릿속 편도체가 보통 아이보다 작아 뇌 변연계와 전두엽 사이의 접촉이 원활하지 못하다. 그래서 감정 전달이 되지 않는다. 기쁨, 슬픔, 아픔, 외로움을 느끼지 못한다. 문제는 공포심을 모른다는 것이다. 두려움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용감하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생명을 지키기 위한 본능적인 방어 기제가 없다는 말이다. 위험상황에 닥쳐도 멍청이처럼 당해야 하는 것이다.
편도체는 크기도 모양도 아몬드를 닮았다고 한다. 그래서 제목이 아몬드이다. 아미그달이라고도 부르는 편도체는 외부에서 자극이 오면 공포나 기분 좋고 나쁨을 느끼면서 감정을 표현하게 만든다. 선재는 편도체가 고장 난 것이다. 남들이 왜 웃는지 우는지 잘 모른다. 기쁨도 슬픔도 사랑도 두려움도 없다. 공감이라는 단어를 알 수 없다.
윤재는 엄마의 끈질긴 노력과 습관적이고 의무적인 훈련덕분에 학교생활을 지내는데 큰 문제없이 넘어간다. 할머니는 평생 떡을 팔아 홀로 엄마를 키웠다. 할머니는 교육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할머니는 엄마가 작가가 되길 바랐다. 그래서 이름도 지은이라 지었다. 그런 딸은 길거리에서 액세서리 장사를 하는 남자랑 사랑에 빠져 결혼하였다. 그래서 의절하고 살았다.
윤재가 태어나고 윤재의 아빠는 인도로 달려드는 자동차에 치어 돌아가셨다. 윤재가 6살이 되던 해 어느날, 엄마는 납골당에 있는 아빠를 찾아갔다가 하원시간을 맞추지 못했다. 엄마를 기다리던 윤재를 혼자 육교를 지나 좁은 골목으로 들어갔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신음소리. 몸집이 작은 아이가 여러 아이들에게 맞고 쓰러졌다. 윤재는 근처 슈퍼 아저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아저씨는 윤재의 무표정을 보더니 믿지 않는다. 그 작은 아이는 아저씨의 아들이었다.
엄마는 윤재의 뇌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홀로 윤재를 키우기 힘들었던 엄마는 할머니에게 도움을 청하며 재회하게 된다. 그렇게 셋이 살게 된 것이다. 엄마는 수유동 주택가 골몰에서 헌책방을 개업하였다. 2층 건물로 1층에 위치한 가게가 딸린 집이었다. 2층은 빵집 집주인이다.
크리스마스이브, 윤재의 생일에 사건이 터진다. 냉면을 먹은 후 엄마와 할머니는 먼저 밖을 나가 눈을 보며 즐겁게 웃었다. 한 괴한이 나타나 망치로 엄마의 머리를 내리쳤다. 엄마를 보호하려 몸을 감싼 할머니에게 칼을 휘둘렀다. 그렇게 할머니는 세상을 떠났고, 엄마는 뇌사상태가 되어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은둔 생활을 하던 괴한은 세상을 증오하며 세상을 즐겁게 사는 불특정 다수에게 범죄를 저질렀다.
윤재는 홀로 버텨야 했다. 합동 장례식이 치러졌고, 엄마의 병원비는 보험금에서 얼마동안 감당할 수 있었다. 어느 날, 2층 심제영 제과점 빵집 아저씨가 내려온다. 그는 심장외과 의사였다. 명의답게 많은 시간을 다른 사람의 심장을 위해 매진하였다. 외로움에 지친 그의 아내는 심장 고장으로 세상을 떠났다. 사랑하는 아내의 심장은 돌보지 못했다. 그는 윤재 엄마의 부탁으로 보호자를 자청한다.
윤재는 남녀공학고등학교에 입학한다. 하교 후 책방을 운영한다. 윤빛 머리의 중년 남자 윤권호가 찾아온다. 그는 젊은 나이에 교수가 되었고 그의 아내는 커리어 훌륭한 기자었다. 그들은 바쁜 부모였다. 아내는 휴가를 내고 아들 이수와 함께 놀이동산에 소풍 갔다. 아내가 잠시 휴대폰을 받는 사이 아이는 사라졌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 아이를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13년 흘렀고, 아내는 병이 들어 죽음을 앞에 두고 있다. 다행스럽게 아들을 찾았지만 아들의 모습은 비참했다. 키가 작고 깡마르고 거칠고 난폭했다. 윤권호는 마지막을 준비하는 아내에게 아들의 모습을 보여 줄 수 없었다. 그래서 모습이 비슷하게 생긴 윤재에게 대신 아들역할을 해주라고 부탁한다. 이수의 엄마는 진짜 이수를 만나보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이수 또한 엄마의 마지막을 보지 못하게 된다. 어떤 모습이든 살아있다고 보여줬으면 좋으련만 씁쓸했다.
곤이의 이야기와 윤재의 변화
진짜 이수는 곤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왔다. 곤이는 윤재가 다니는 학교로 전학온다. 곤이는 괜한 시비를 걸며 윤재를 폭행했다. 하지만 윤재는 졸거나 피하지 않았다. 곤이는 표정에 변화가 없는 윤재가 신경 쓰였다. 알고 보면 겉으로만 강한척하지 약한 아이였다. 관심받고 사랑받고 싶은 아이였다.
곤이의 첫 기억은 대림동 쪽방촌 중국인 노부부와 산 기억이다. 몇년동안 집 밖을 나가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곤이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 출입국 관리소에서 노부부는 자취를 감췄고 곤이는 아동 보호 시설로 갔다. 그들은 곤이를 중국노부부의 친손자로 착각하고 부모를 찾아줄 의사가 없었다. 곤이는 입양과 파양을 반복하고 시설을 옮겨 다니며 살아남아야 했다. 그런데 13년 만에 만난 아빠는 곤이를 강남의 최고 학교에 입학시켰다.
곤이는 헌책방을 자주 찾아온다. 그러면서 둘은 친구가 된다. 곤이는 윤재에게 감정을 가르쳐 주려고 노력한다. 윤재에게 도라라는 여자친구가 생긴다. 윤재에게 알수 없는 감정이 느껴진다. 윤재의 편도체에 변화가 오기 시작한 것이다.
아빠와의 갈등은 깊어지고 곤이는 소년원에서 만난 철사형을 찾아 떠난다. 윤재는 곤이가 걱정되었다. 곤이를 찾아 나선다. 철사형에게서 곤이를 빼어려다 윤재는 칼에 맞는다. 곤이는 울부짖으며 잘못을 누위 친다. 윤재는 죽음과 사투에서 다시 일어났고, 곤이는 일상으로 돌아온다. 곤이의 아빠는 곤이를 이해하고 직장을 그만둔다. 그리고 잠들어 있던 엄마가 일어난다. 모든 갈등이 해결되고 해피엔딩으로 소설은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