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미술은 정말 어렵다. 분명 뭔가 심오한 뜻이 담겨 있지만 작가나 해설자의 설명이 없다면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현대 미술을 좋아한다.
사물의 바라보는 관점이나 사회문제를 다루는 작가만의 표현 방법이 마음에 든다. 세상 모든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이런 느낌이었구나 하고 알 수 있게 만든다. 어느 부분은 나와 같은 생각일 때도 있고 또 어떤 부분은 다른 생각일 때도 있다. 작품들은 생각이 다르다고 상대를 비난하지 않는다. 그저 그윽한 눈빛으로 기쁨과 슬픔, 고통을 잔잔히 전할 뿐이다.
24년 광주비엔날레 주제는 판소리이다. 그 옛날 판소리는 민중의 억울함과 사회의 부조리를 해학적이고 풍자적으로 세상에 알렸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들의 아우성, 억울함, 삶의 흔적, 사람들의 일상, 생활, 역사를 표현하였다.
이 작품은 에디오피아의 역사를 말한다고 한다. 작은 사진 혹은 동영상들을 한데 모았다. 오랜 시간 공들어 모은 자료들은 에티오피아 사람들의 삶이자 역사인 것이다. 잊히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역사는 누군가 증거를 남기고 가르치지 않으면 언제 가는 끊긴다. 선조의 피와 땀이 지금의 사람들을 만들었다는 뜻을 후대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민족의 뿌리를 남기며 정체성을 바로 잡는 동기가 되는 작품이었다. 인도의 카이스트 제도의 모순을 알리는 작품도 있었는데 꽤나 인상 깊었다.
이 작품은 인종차별을 말한다. 위로 올라가라는 사람들의 손짓이 보이고 원숭이는 위로 올라갈 수록 엉덩이를 보여줘야 한다. 사실 사람들은 원숭이의 엉덩이를 보며 조롱하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알던지 모르던지 원숭이는 조롱의 대상일 뿐이다. 씁쓸하지만 이 모습은 사회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내가 원숭이가 될 때도 있고, 사람이 될 때도 있다. 이런 작품을 보며 반성해야 한다.
이 작품은 나무에 남겨진 누에고치 껍데기를 보고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나무에 얼기설기 걸쳐진것은 누에가 만든 실을 뜻한다. 누에는 나방이 돼서 껍데기만 남겨 놓고 떠났다. 쓸쓸하고 외로워 보이지만 여기는 생명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이다. 우리의 삶이 그렇다. 슬퍼할 것도 아쉬워할 것도 없다.
이 작품은 목화를 통해 사람들의 삶과 흔적, 역사를 말한다. 목화를 저렇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목화는 삶에 없어서는 기본이지만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 할 수 있다는 것도 신박했다.
예술가는 예술가이다. 면으로 만든 앞치마, 수건, 옷 등등 사람들의 일상과 삶을 말하는 것들로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다니 놀랍다. 레진으로 틀을 만들어 한폭의 그림으로 나타내다니 신박하다. 봄인 줄 알았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해설을 들어보면 작품을 바라보는 눈이 확 달라진다. 반짝이는 것들 안에 평범한 철사가 있다.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철사가 사람을 뜻한다고 한다. 우리는 특별해 보이는 것들 사이에서 보통의 모습으로 평범하게 살아간다.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용기를 주고 싶었다고 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없어서는 안 될 존재. 우리의 인생이 공허하고 의미 없어 보일지라도 산다는 것 자체가 가치 있는 것이라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소리를 그림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흰 바탕에 작은 물결들은 소리로 인해 생기는 감정들을 의미한다고 한다. 보는 각도에 따라 흰색이었던 그림은 회색으로 보인다. 사람의 감정은 다양하고 감정에 따는 소리도 다양하다. 소리를 듣고 느끼는 사람의 감정 또한 다양하다. 작가의 세계는 참 신기하다.
멀리서 보면 묘하고 아름답다. 가까이서 보면 신기하다.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결합이 만든 결정체이며, 이를 만들수 있는 배양균이 들어있다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생명은 움직이며 존재한다. 그 생명은 아름다움을 만들어 감동을 준다. 생명은 고귀한 것이다.
어둡고 무서운 느낌이 들지만 왠지 끌리는 소금산. 소금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인간의 삶과 함께 했다. 부패를 막고 악귀를 쫓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사후 세계와 이승과 이어주는 신비의 공간은 묘한 아름다움과 호기심이 흐르는 곳이었다.
사랑했던 말의 장례식을 표현한 작품이다. 기억 속 가물거리는 추억은 뚜렷하지는 않지만 마음속 어딘가에 남겨져 있다. 되짚고 되짚어 보며 아련히 떠오르는 그리움은 어느덧 구체적인 형상을 띄운다. 지금은 내 곁에 없지만 추억을 간직한 채 살아가게 된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기억들은 우리 머릿속에 희미하게 번져있다. 그리움은 그런 것이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대조되는 인공자연이다. 첨단과학이 만든 인간의 미래이다. 인간은 기계인간이 되어 쓰레기가 돼버린 환경에서 살아간다. 그럼에도 인간은 아름다움을 꿈꾼다. 오염된 기름으로 연못을 만들고 얼마 남지 않은 꽃으로 정원을 만든다.
실제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과 대조된다. 애쓰지 않아도 거저 받던 자연의 편안함과 아름다움. 미래에는 더이사의 자연은 없다. 식물과 꽃 마저 사람들이 모방해야 된다. 땅은 사막화되어 자랄 수 있는 식물은 없다. 심지어 선인장마저 기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최첨단 기술을 가졌지만 자연은 없다. 예술작품도 기계가 만든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자연을 보며 경각심을 준다. 어느 쪽의 자연을 원하십니까? 날카로운 외침과 씁쓸한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사람들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원한다. 그러니 지금 지켜라. 작가의 외침이었다.
직접 말로 듣진 않았지만 작가들이 말하려는 의도를 눈으로 보았고 마음으로 읽었다.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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